사설] 오늘부터 국정감사 시작, 정치 싸움을 떠나 감사의 본질에 집중해야
오늘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매년 이맘때면 국회는 정부의 1년 살림살이를 점검하고,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는 중대한 책무를 수행한다. 국정감사는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고유한 권한이자, 국민이 위임한 ‘감시와 견제’의 통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의 국정감사는 종종 본질에서 멀어진 ‘정치공방의 무대’로 전락해왔다. 여야가 서로의 실책을 꼬집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론전이 판을 치는 사이,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적 불안과 안보 위기, 청년 실업, 고령화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국민의 세금이 올바로 쓰이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 국정감사는 바로 그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감사장을 정쟁의 연장선으로 삼는다면, 국민의 기대는 또 한 번 배신당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국정감사장은 종종 ‘정책 검증의 장’보다는 ‘정치 퍼포먼스의 장’으로 변질돼 왔다. 일부 의원들은 피감기관장과의 설전 장면을 언론에 노출시키기 위해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하고, 질의보다는 ‘보여주기식 발언’에 치중한다. 감사가 끝난 후에도 국감 내용보다 “누가 더 세게 말했다”는 기사 제목이 더 주목받는다. 이런 풍토가 계속된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정감사의 본질은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행정적 점검이다. 정부의 잘못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고 개선을 이끌어내는 ‘정책 감사’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예산 집행의 효율성, 복지정책의 사각지대, 청년과 중소기업 지원 제도의 실효성 등은 정쟁과 무관하게 여야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국감은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더 나은 행정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야 모두에게 당부한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 싸움에 지쳐 있다. 누가 잘했느냐, 누가 더 실수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오직 ‘일하는 국회’, ‘감시하는 국회’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가장 좋은 무대이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2025년 국정감사가 정치 쇼가 아닌, 정책 감사의 본보기로 남길 바란다. 여야 의원 모두가 각자의 정치적 계산을 잠시 내려놓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행정의 현장을 점검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천’이며, 국회의 권위는 바로 그 책임감 위에서 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