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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은 어디 가고, 갈등과 양극화 골 속에 추석 밥상엔 무엇이 오를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은 본래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풍성한 결실을 나누며 감사하는 자리다. 그러나 올해 추석 밥상머리에는 오순도순한 이야기보다 무거운 한숨과 날 선 정치 논쟁이 더 많이 오를 것이 뻔하다. “민생은 어디 갔느냐”는 푸념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추석 물가는 어느 해보다 가파르게 뛰었고,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문 앞에서 좌절한다.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민생 대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를 향한 날 선 공세와 정쟁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작 국민이 겪는 고통은 정치의 언어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민생’이라는 말은 선거철마다 꺼내 드는 표 구호일 뿐, 실제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는 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양극화의 심화다. 명절은 원래 함께 잘 되기를 기원하는 날이지만, 갈수록 그 격차는 명확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정치권은 이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편 가르기를 부추긴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라는 구도가 민생을 대체하고, 국민은 더 깊은 갈등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추석 밥상에서 벌어지는 세대 간, 지역 간, 이념 간 갈등은 단순한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균열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경제적 불평등, 교육 기회의 차별, 고령층과 청년층의 시각 차이 모두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앞장선다.

올해 추석 민심은 분명하다. 더 이상 갈등과 대립의 정치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도구이지, 권력 쟁취를 위한 전쟁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여야는 민생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유불리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가 표를 위한 언어만 쏟아내면, 결국 국민은 삶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추석은 원래 갈등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은 민심을 분열시키고 가족 간에도 갈등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추석은 더 이상 화합의 상징이 아니라, 양극화와 분열을 확인하는 날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명절 민심을 헤아리고 싶다면, 이제라도 갈등 부채질을 멈추고 민생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주거 불안 해소, 청년 기회 확대 같은 기본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모으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심은 언제나 냉정하다. 국민은 화려한 수사보다 밥상 위 현실을 더 정확히 체감한다. 추석 밥상머리의 한숨과 갈등은 단순한 민심의 불만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국민을 배반하고 있다는 분명한 경고다. 정치가 민생을 외면한 채 양극화만 부추긴다면, 결국 그 대가는 정치권 자신이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