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한국에서 열리는 올해 APEC 정상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국가 주석 등이 한국을 찾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여전히 둔화 국면에 머물고,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가격 불안, 기후변화 대응 부담이 겹치고 있어 어떤 해법을 찾아낼지가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 경쟁은 한층 격화를 완화하고, 역내 국가들은 협력과 갈등 사이에서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드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통화를 하면서 상호 건설적이었다고 알려지면서 이번 회의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있어 대규모 국제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이제 국제판 행사에 말 그대로 한국 외교·경제 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다.
문제는 국내 정치가 여전히 혼돈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경제·외교 문제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대통령과 국회는 협치보다 대립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정치 현실 속에서 한국이 APEC에서 내세우는 비전이 과연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있을까?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규칙 설계자(rule-maker)’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먼저 내부의 분열을 수습하고, 외교 현안을 정쟁에서 분리해야 한다. 국익 앞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제 경제 전망 역시 녹록지 않다. 세계은행과 IMF는 2025년 세계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보호무역 조치와 기술 패권 경쟁이 무역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은 기회를 주는 동시에 규제 충돌과 일자리 위기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이번 APEC은 이러한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 디지털 무역 규범 합의, 녹색 금융 활성화, AI 윤리 기준 설정 같은 구체적 성과가 없으면 APEC은 또 하나의 말잔치로 끝날 것이다.
한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경제 질서의 설계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반도체·배터리·AI 등 첨단산업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급망 협력 모델을 제안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ESG 투자를 선도한다면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의 신뢰할 만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미·중 간 갈등 완화에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다면, 외교적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국제 사회는 지금 선언이 아닌 행동을 원한다.
한국이 국내 여야 정치의 갈등을 해결하고 이를 넘어 실질적 협력안을 제시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로드맵을 마련한다면 이번 APEC은 한국 현대사에 남을 외교적 성취로 기록되어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국민을 배제하고 정치의 독선 등 소극적 외교로 일관 한다면, 이 회의는 또 하나의 막대한 국가의 예산을 들여 사진찍는 행사로 실익없이 끝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