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국민 앞에 국정 방향을 밝히고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자리였다. 대통령은 경제 회복, 민생 안정, 외교 다변화, 정치 개혁 등을 두루 언급하며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정국의 최대 쟁점은 3대 특검 연장 문제로 다시 옮겨갔다.
3대 특검은 단순한 사건 수사가 아니라 전 정권의 정책과 권력 운영 전반을 심판하는 성격을 지닌다. 대형 재난 책임 규명, 권력형 비리 의혹,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 등은 전임 정부 시절에 발생한 의혹들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3대 특검은 과거 정권의 국정 운영을 법과 정의의 잣대로 평가하는 ‘역사적 재판’이다. 이러한 특검이 흐지부지되거나 정쟁으로 전락한다면, 국민은 정의 실현의 기회를 잃고 정치 불신만 깊어질 것이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특검 연장은 국회의 합의에 맡기겠다”고 하면서도 “정쟁화되면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발언이 여당에 재검토 명분을 주었고, 야당은 합의 파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어렵사리 만들어낸 합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입법부의 합의 정신을 흔드는 일이며, 대통령의 협치 메시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정치권은 특검 연장을 정권 유불리로 판단하기보다, 과거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전 정권의 정책과 결정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법과 제도로 심판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책무다.
여당은 수사 장기화를 우려한다면 명확한 기한과 범위를 설정해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 야당 역시 무기한 연장을 주장하기보다 국민이 납득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은 국정의 새로운 출발점이어야 한다. 협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증명된다. 전 정권의 잘못을 덮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드러내고 책임을 묻는 일은 국가의 도덕성과 정의를 세우는 데 필수적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힘을 합쳐 이 특검이 ‘정치 보복’이 아닌 ‘역사적 심판’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번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기대한 협치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