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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긴급발표·폭탄선언 남용, 이제 국민은 놀라지 않는다.

요즘 정치권과 정부의 발표에는 ‘긴급발표’, ‘폭탄선언’, ‘전격조치’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넘쳐난다. 새 정책이든 인사이든, 마치 중대한 사건이라도 터진 듯 호들갑스럽게 포장된다. 언론 또한 경쟁적으로 ‘초유의 사태’, ‘충격 발표’라는 제목을 붙여 눈길을 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이미 예고된 행정조치이거나 이전에 언급된 정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국민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과잉 표현에 피로감을 느끼고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정책과 정치 메시지를 ‘이벤트화’하는 풍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권은 언제나 ‘한 방’의 효과를 노린다. 그러나 정치가 쇼처럼 소비될수록 진정성은 사라지고, 공공 소통은 퇴색한다. 국민은 진짜 변화가 아니라 ‘말의 폭탄’만 난무하는 현실에 실망하고 있다. 중요한 국정 과제조차 ‘폭탄선언’으로 포장되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연출에 가깝다.

언론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클릭 수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남발하는 보도 행태가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키운다. ‘전격’, ‘충격’, ‘긴급’이라는 단어는 이제 공공적 의미를 잃고, 단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장식어로 전락했다. 언론이 정치권의 확성기가 아닌 공공의 감시자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표현의 절제와 균형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언어의 품격이 언론의 품격이다.

이러한 과장된 표현의 남용은 정책 신뢰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폭탄’이란 말이 남발되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경고 메시지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속도보다 정확성이고, 충격보다 신뢰다. 국민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차분하고 책임 있는 설명, 그리고 일관된 정책 실행을 원한다.

이제는 정부와 언론 모두 ‘속보 경쟁’에서 ‘신뢰 경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국민을 놀라게 하는 말보다 국민을 설득시키는 말이 필요하다. 진짜 ‘폭탄선언’은 감정적 언어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 개혁에서 나와야 한다. 말보다 행동이 크고, 자극보다 신뢰가 깊은 정치와 언론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