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섰다.
대전경찰청은 2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동안 업무상 실화 혐의로 국정자원과 관련 업체 3곳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전담수사팀장인 김용일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사업계획서와 배터리 로그기록 등 다수의 자료를 확보했다"며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화재 원인과 사건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국정자원에서 박스 약 9개 분량의 자료를 압수해 나왔고, 업체 등에서도 관련 자료와 PC 등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국정자원 관계자 1명과 배터리 이전 공사현장 업체 관계자 2명, 작업 감리업체 관계자 1명 등 4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여러 차례 현장 감식과 참고인 조사 등을 진행한 경찰은 이들 4명이 불이 난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자원은 당시 5층에 있던 리튬이온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기에 앞서 배터리 전원을 끄고 케이블을 끊는 작업을 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자원은 배터리 화재로 서버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터리와 서버를 분리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경찰은 배터리 이전 작업이 절차대로 진행됐는지, 배터리 잔류전류 차단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전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리튬배터리 분리 시 충전율(SOC)을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기업 2곳의 '리튬배터리 분리·이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 질의에 "(배터리 분리 시 충전율이) 80% 정도 됐었다고 한다"며 충전율이 기준 이상으로 높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경찰은 작업 전 주전원이 차단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다른 부속 전원들이 있었던 만큼 정확한 작업 시점이나 전원 차단 여부 등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은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6개와 현장에서 발견된 공구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8시 16분께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불이 나 배터리 384개와 서버가 불에 타 정부 전산시스템 647개가 마비됐다. 발생 일주일째인 이날 기준 복구율은 10%대로, 여전히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