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급변하는 세계 무역 질서에 함께 대응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로 열린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소개했다.
이번 회담은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76분간 진행됐다.
한일 정상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도 양국이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함께 행동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도 "세상이 점점 어려워질수록 가까운 이웃 간에 정리(情理)와 교류가 중요하다"며 국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화답했다.
특히 양 정상은 수시로 만나는 이른바 '셔틀외교'를 활성화해 양국 관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자고 입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그야말로 셔틀 외교의 진수"라며 "양국이 시도 때도 없이 오가며 공동의 발전을 기약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나라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만큼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회문화 분야나 안보 분야에서도 정말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도 "이곳(부산)은 제 고향에서 비행기 타고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자주 교류하며 셔틀외교의 성과를 내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담에서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한국 정부의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노력을 설명하며 일본의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시바 총리도 회담 뒤 일본 취재진을 만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일,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대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는 동시에 '비핵화 요구'만 없다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상황 속에서 한일 정상이 비핵화 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천명한 셈이다.
한일 정상은 협력 확대의 일환으로 '한일 공통 사회문제 대응과 관련된 당국 간 협의체 운용 방안'이라는 이름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발표문에서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을 포함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에 관해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 위해 각 분야에 관한 한일 당국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국의 '공통사회문제 협의체'를 운영하며 소통을 확대하고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 역시 발표문에 담았다.나아가 2009년 이후 16년 만에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을 늘려가기로 뜻을 모았다.
한편 양국의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꼽히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이시바 총리가 최근 유엔총회에서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열 수 없다"고 연설한 것을 거론하며 "나의 생각과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시바 총리는 회담 뒤 기자들을 만나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이므로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부산..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