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현 정부 들어 야당이 탄핵을 추진한 인사는 30명으로 늘었다.
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헌재 결정에도 그를 임명하지 않은 점 등을 최 권한대행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를 능멸하는 행위를 바로 잡고자 한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최 권한대행 탄핵안이 의결돼 그의 직무가 정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경제사령탑을 겨냥한 탄핵소추가 "국정 파괴"라는 비판이 여당을 중심으로 나오는 가운데, 야당 내에서조차 '탄핵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이날 최 권한대행 탄핵안 발의로 윤석열 정부 들어 이뤄진 탄핵 추진이 30명에 이르게 됐지만, 이번 탄핵이 실현될 가능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은 '전임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다.
헌재는 24일 한 총리 탄핵 심판을 선고한다. 정치권에선 탄핵 기각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간 야당이 추진했던 탄핵 중 인용된 사례는 없고, 8건이 모두 기각됐다.
한 총리는 탄핵이 기각되면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다시 맡게 되고, 최 권한대행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할로 돌아간다. 이 상태에서 권한대행 당시의 직무를 사유로 경제부총리 탄핵을 추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 총리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에 이어 경제사령탑인 최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될 경우 민주당이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경제 사정을 도외시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나와 최 권한대행에 대해 "명백한 탄핵 사유가 있지만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탄핵이) 맞는 일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릴지도 미지수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현재 예정된 본회의는 한 총리 탄핵 선고일 이후인 27일이다. 이때 탄핵안이 보고될 경우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가까운 시일 내 한 차례 더 열어야 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 의장이 당장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는 데 부정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러 정황상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달리는데도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 따른 불안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