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국정 전반을 점검하고 행정부의 책임을 묻는 헌법적 절차이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정쟁의 장”이라는 비판과 “견제의 본질”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제는 감사를 마무리하며 냉정하게 되돌아볼 때다. 이번 국정감사는 과연 국민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국정 점검’이었는가, 아니면 정치적 이슈몰이에 그친 ‘정치 감싸기’였는가.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 일부 상임위에서는 예산 낭비, 공공기관 부실 운영, 그리고 정부 정책의 허점을 면밀히 짚어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되어온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인사 적체 문제, 부동산 관련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중심으로 실질적 대책이 제시되었다. 산업·환경·복지 분야에서도 정부 정책의 현장성 결여를 지적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본령임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여야 모두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국정감사를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부 의원들은 감사장을 ‘정치 무대’로 삼아 언론 노출에 집중했고, 실질적 정책 질의보다는 정쟁성 발언으로 시간을 소모했다. 감사의 초점이 국민의 삶보다는 상대 진영의 흠집 내기로 흐른 장면은 여러 차례 포착되었다. 국민 입장에서는 “국감이 끝났는데 무엇이 바뀌었는가”라는 냉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와 여당 간, 또는 행정부 부처 간의 책임 공방이 반복되며 ‘정책의 연속성’보다는 ‘정치적 책임 회피’가 더 도드라진 모습이었다. 이는 삼권분립의 원리에 입각한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라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선 ‘소모전’에 가깝다. 감사의 본질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행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있는데, 올해의 감사는 ‘국민 중심의 감시’보다는 ‘정치 중심의 공격’으로 비춰진 점이 아쉽다.
또한 국정감사 자료의 부실 제출과 늑장 제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부처들이 ‘비공개’ 또는 ‘보안’을 이유로 핵심 자료를 내놓지 않거나, 감사를 앞두고 형식적 보고서만 제출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국회의 감시 기능이 실질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국민이 직접 감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는 단순한 ‘연례 행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막고 정책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반복될수록 형식화되고, 감사가 끝나면 ‘결과보고서’만 남는다면 제도의 의미는 퇴색된다. 국회는 내년 국감부터라도 ‘질문 중심의 감사’에서 ‘정책 개선 중심의 감사’로 전환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질의와 정치적 언행을 자제하고, 각 상임위가 사전에 심층적 자료 분석과 현장 조사로 준비해야 한다.
국민은 정쟁이 아닌, 실질적 변화를 원한다. 공공기관의 효율화, 청년 일자리 정책의 점검, 기후위기 대응의 구체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은 모두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되고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감사는 끝났지만, 진짜 결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회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없으면 모든 질의와 비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국회는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법과 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이를 정책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정감사’의 완성이다. 정치가 아닌 정책, 비판이 아닌 대안으로 나아가는 국감 문화의 정착이 절실하다. 국정감사는 끝났지만, 국정은 계속된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감사의 진정한 결산을 보여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