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다. 이번 회의는 회원국 정상들은 물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참석하여 한미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등 회원국 주요국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국제적으로 그 위상과 리더십이 더욱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미중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로서 그  판이 커진 셈이다.  
글로벌 경제와 국제 질서 등 지속적인 균형 발전에 대한 현안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 오게 될 것인지 그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각국간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외교적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특히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APEC은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자리로 평가된다.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와 경제 협력의 두 축에서 실질적 진전이 기대된다. 최근 북핵 위협의 고도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급망 재편 등은 한미 동맹의 전략적 조정이 필요한 시점임을 말해준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안보 협력을 넘어 반도체, AI, 청정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동맹 강화’라는 수사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동맹이자 미래산업 파트너십으로 확장하는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한편, 한중 정상회담은 더욱 섬세한 외교 감각이 요구된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전략적 실용주의’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공급망의 안정성과 역내 평화 유지에 있어서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대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경제협력의 회복과 소통의 복원을 위한 실질적 대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 특히 수출 감소와 인적 교류 위축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실용적 경제외교를 통한 관계 정상화가 절실하다.
APEC 정상회의의 본질은 협력과 포용이다.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다자 협력체로서의 APEC은 개방적 경제 질서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그 중심에서 조정자이자 중견국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중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고,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 등 중소 회원국과의 연대 강화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APEC과 양자 정상회담의 성패는 한국 외교가 얼마나 ‘균형 잡힌 실리 외교’를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대국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감정이나 진영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의 실질적 이익을 냉정하게 계산할 때 진정한 외교의 성숙이 이루어진다. 한국이 이번 회의에서 보여줄 외교적 행보는, 단지 이번 행사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년간 동북아 정세와 경제 질서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정지을 중대한 분기점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균형과 실리, 그 두 축 위에서 한국 외교의 지혜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