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양자 회담을 할 준비가 됐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유럽 지도자들과 회담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만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자 회담의 조건으로 휴전을 요구하면 러시아는 우리가 협상을 방해한다고 비난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추가 협상 조건으로 휴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영토 문제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며 "영토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결정할 사안이며, 회담의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당사국들의 양자 정상회담과 미국을 포함한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한 데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은 휴전을 모든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해왔으며 영토 타협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나 우크라이나 휴전을 완강하게 거부해온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 지속의 책임을 떠넘기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안보보장 언질을 받아낸 것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안전보장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이를 조율하는 데에 도움을 주겠다는 중요한 신호를 받았다"며 "안전보장 세부 사항은 10일 이내에 마련돼 문서로 공식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파트너들이 안전보장을 풀어낼 것이며 점점 더 많은 세부 내용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잠시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보보장은 종전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안보보장안은 이번 회담에서 거래적 동맹관을 갖고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카드로 관측되기도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보장과 관련해 미국 무기의 대규모 구매와 현대전과 관련한 실전 기술을 미군에 이전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그는 "안전보장의 일환으로 900억 달러(약 125조원) 규모 군사 지원 패키지를 받기를 원한다"며 전투기, 방공 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유럽 자금을 바탕으로 1천억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와 별개로 미국과 500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드론 공동생산 협정도 추진한다. 여기에는 실전 경험을 통해 드론 기술을 발전시켜 온 우크라이나 업체들이 참여해 미국에 신기술을 이전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전 과정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혐의를 부각하는 데에도 열을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 중에 납치해간 실종 어린이들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미국과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실종 문제에 대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대화했다고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어린이들을 강제 이주한 전쟁범죄 혐의로 2023년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당국은 납치된 어린이들이 세뇌당해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선전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서울=연합뉴스】